"홈플러스 문 닫는다던데", "거기 부도났다며" — 정작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 채 이런 이야기만 주워듣고 넘어간 사람들이 많다. 뉴스에서는 연일 '홈플러스 회생절차'라는 말이 나오지만, 정작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차근히 설명해주는 곳은 드물다. 사모펀드, 차입매수, 리스백 같은 단어들이 뒤섞여 나오다 보니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글은 홈플러스 사태의 시작부터 지금까지를 순서대로 짚어보는 개요편이다. 왜 부도 위기까지 갔는지, 어떻게 다시 문을 열었는지, 앞으로 남은 절차는 무엇인지를 하나씩 정리한다.
📌 목차
1. 이번 사태, 한눈에 정리
이번 사태의 뿌리는 최근 몇 달이 아니라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진 빚이 10년에 걸쳐 회사의 체력을 갉아먹었고, 그 결과가 2025년 3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과 2026년 7월 전국 67개 점포의 임시휴업으로 이어졌다. 다행히 막판에 자금이 마련되면서 2026년 8월 13일, 휴업 한 달 만에 전 점포가 정식 영업을 재개했다.
전체 흐름은 아래 표로 먼저 정리한다.
| 시점 | 내용 |
| 2015년 | MBK파트너스,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인수 (약 7조 2,000억 원) |
| 2016~2024년 | 점포·물류창고 28곳 매각(세일 앤 리스백), 대주주에 이자·배당 지급 |
| 2025년 3월 |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
| 2026년 7월 | 운영자금 2,000억 원 조달 실패 → 법원, 회생절차 폐지 결정 / 7월 13일부터 전국 67개 점포 임시휴업 |
| 2026년 8월 13일 | 김병주 회장 사재 보증 + 메리츠금융 DIP 대출 2,000억 원으로 전 점포 정식 재개장 |
| 2026년 9월 2일 / 4일 | 관계인집회 개최 / 회생계획안 최종 가결 시한 |
2. 사모펀드란 무엇인가
먼저 이번 사태의 주인공인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부터 짚고 갈 필요가 있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큰손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아 기업을 인수한 뒤, 가치를 끌어올려 되파는 것을 목표로 하는 투자 집단이다. 자선단체가 아니라 철저히 수익을 위해 움직이는 조직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사모펀드가 무조건 부정적인 존재는 아니다. 낙후된 지배구조를 정리하고 본업 경쟁력을 살려 회사 가치를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회사의 체력이나 노동자·협력업체의 사정보다 이익 회수를 우선할 때다. 이런 경우를 흔히 '약탈적 사모펀드'라고 부른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바로 이 논쟁의 한복판에 있는 사례다.
3. 핵심 원인 — 차입매수(LBO)의 구조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개념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LBO(Leveraged Buyout, 차입매수)다. 용어는 낯설지만 원리는 단순하다.
보통 무언가를 살 때는 자기 돈을 쓴다. 반면 LBO는 살 대상, 즉 인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큰돈을 빌려 사는 방식이다. 어떤 가게를 인수하려는데 내 돈 대신 '그 가게 자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인수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그리고 그 대출의 이자와 원금은 인수당한 가게가 벌어들이는 돈으로 갚아나가게 된다.
홈플러스 사례로 보면
2015년 MBK파트너스는 약 7조 2,000억 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약 4조 원을 금융기관에서 빌려 조달했다. 이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은 MBK가 아니라 홈플러스가 짊어지게 됐다. 실제로 인수 직후 홈플러스는 대주주에게 1조 원대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부채를 지게 됐고, 2016년부터 2025년 2월까지 이 부채에 대한 이자로만 약 9,510억 원을 지불했다. 이자·원금 상환·배당을 모두 합치면 대주주 측에 흘러간 금액은 2조 5,000억 원을 넘는다.
정리하면 LBO는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현재의 소유권을 사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적은 자기 자본으로 큰 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인수당한 기업 입장에서는 벌어들인 돈을 미래 투자(온라인 전환, 물류 개선 등)에 쓰지 못하고 빚을 갚는 데만 쏟아붓게 되는 구조적 약점을 안게 된다.
4. 매장을 팔고 임대료를 내는 마트가 된 배경
빚을 갚아야 하는데 당장 현금이 부족하다 보니, 홈플러스는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back)'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자기 건물을 팔고, 그 건물을 다시 임차해서 계속 사용하는 방식이다. 목돈은 한 번에 확보되지만, 그 순간부터 매달 임대료를 내야 하는 처지가 된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홈플러스는 이런 방식으로 점포와 물류창고 총 28곳을 매각해 약 4조 원대의 자금을 확보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2025년 2월 말 기준 리스부채 총액은 약 3조 4,540억 원에 달했고, 연간 임차 관련 고정비만 4,300억 원 넘게 매달 빠져나가는 구조가 됐다. 자산은 줄어들고 고정비 부담은 계속 커지는, 체력이 잠식되는 흐름이 이어진 셈이다.
그 결과는 실적으로도 드러났다. 2024년 기준 홈플러스는 영업손실 3,141억 원, 당기순손실 6,758억 원을 기록했다.
5. 회생절차와 갑작스러운 휴업
재무구조가 계속 악화되자 홈플러스는 2025년 3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란 회사가 스스로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졌을 때 법원의 관리 아래 채무를 조정하며 정상화를 시도하는 절차다. 파산과 달리 회사 문을 완전히 닫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감독 아래 재기를 시도하는 개념에 가깝다.
그러나 2026년 7월, 회생계획 실행에 필요한 긴급 운영자금 2,000억 원을 끝내 마련하지 못하면서 법원은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자금난은 곧바로 매장 운영에 영향을 미쳤고, 결국 2026년 7월 13일부터 전국 67개 점포가 임시휴업에 들어가며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6. 재개장은 어떻게 가능했나
무너질 것처럼 보였던 홈플러스는 막판에 자금이 조달되면서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DIP 금융(Debtor-In-Possession Financing)이다. 회생절차 중인 기업이 운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새로 공급되는 자금을 말한다.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 출연을 보증하고,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 원 규모의 DIP 자금을 대출하면서 회생 절차가 재개됐다. 이 자금으로 밀려 있던 물품 대금을 정산하고 상품 공급을 정상화한 뒤, 2026년 8월 13일 전국 67개 점포가 휴업 한 달 만에 정식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현재는 '반값 한우'와 같은 대대적인 할인 행사로 고객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다.
7. 남은 고비 — 9월 2일과 9월 4일
재개장했다고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재개장 이후 약 3주간의 판매 실적이 회생계획안 가결 여부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 다음 실질적인 분수령은 두 날짜다.
① 9월 2일 관계인집회 — 채권자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회생계획안을 심의하고 표결하는 자리다.
② 9월 4일 최종 가결 시한 — 법적으로 회생계획안이 가결되어야 하는 마지노선이다.
계획안이 인가되면 홈플러스는 본사·마트·온라인 부문 매각을 본격 추진하고, 비핵심 점포 정리와 수익성 중심의 점포 재편을 이어갈 예정이다. 기업형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분리 매각도 청산을 피하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회생안에 담겨 있다.
8. 회생계획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 부결 시 예상되는 상황
・ 회생절차가 폐지되고 회사는 자산을 매각해 빚을 갚는 청산·파산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 통매각이 실패하고 청산이 결정되면, 홈플러스에 직고용된 약 2만 명의 노동자가 전원 해고될 위기에 처한다.
・ 납품·입점업체는 물품 대금이나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 있고, 물류·시설 협력업체까지 연쇄적인 경영 위기를 겪을 수 있다.
・ 소비자가 보유한 상품권과 적립금은 '상거래 채권'으로 분류돼, 일부만 돌려받거나 회수가 불확실해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부결이 기업 하나가 사라지는 문제를 넘어, 관련된 30만 명의 민생이 걸린 경제적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 핵심 수치 한눈에 보기
| 항목 | 수치 |
| 2015년 인수가 | 약 7조 2,000억 원 |
| 금융기관 차입금 | 약 4조 원 |
| RCPS(상환전환우선주) 부채 | 1조 원대 |
| 누적 이자비용 (2016~2025.2) | 약 9,510억 원 |
| 대주주 측 총 지급액 | 2조 5,000억 원 이상 |
| 매각 점포·물류창고 (2016~2024) | 28곳 / 약 4조 원대 확보 |
| 리스부채 총액 (2025.2 기준) | 약 3조 4,540억 원 |
| 연간 임차 관련 고정비 | 4,300억 원 이상 |
| 2024년 영업손실 / 순손실 | 3,141억 원 / 6,758억 원 |
| 재개장 DIP 긴급운영자금 | 2,000억 원 (메리츠금융그룹) |
| 직고용 노동자 규모 | 약 2만 명 |
9. 마무리
결국 이번 사태는 무리한 빚으로 기업을 인수한 사모펀드의 운영 방식이 기업의 기초 체력을 어떻게 약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현재 홈플러스는 식품과 자체브랜드(PB) 중심으로 점포를 재편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상태다. 9월 2일과 4일, 두 날짜가 이 오래된 이야기의 다음 장을 결정짓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을 비롯한 세부 절차는 추후 별도 글에서 다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