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으로 몰리는 사람들과, 줄어드는 전월세 사이에서..
지방에서 나고 자란 스물여섯 청년을 떠올려 본다. 대학까지는 고향에서 마쳤지만, 졸업 후 지역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결국 서울행 버스에 오른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1. 수도권으로 향하는 이유
이 청년의 선택은 감정보다 숫자로 설명되는 편에 가깝다. 2019년 12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고, 그 격차는 지금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수도권 인구 집중 현황 (2025년 9월 기준)
수도권 인구 51% (2,609만 명) vs 비수도권 49% (2,506만 명)
수도권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 52.8% (2024년 잠정 기준)
2025년 20대 인구이동률 24.3%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음
일자리와 생산이 이미 수도권에 절반 넘게 쌓여 있는 만큼, 20대가 이동하는 방향도 자연히 정해지는 셈이다. 통계청 인구이동통계를 봐도 최근 몇 년간 20대의 순유입은 수도권에, 순유출은 비수도권에 집중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 매매는 이미 선택지 밖의 일
지난 글에서 짚었듯, 서울 아파트를 소득만으로 사려면 연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10년, 현실적인 저축률을 적용하면 30년 넘게 걸린다. 갓 상경한 사회초년생에게 매매는 처음부터 계산에 넣기 어려운 항목이다. 그렇다면 남는 길은 하나, 빌려서 사는 것이다.
3. 전세나 월세라도 — 그런데 이마저 줄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살 수 없으면 빌려야 하는데, 빌릴 곳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월세 시장 현황
2025년 전국 임대차 거래 중 전세 비중 37% —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전국 월세 비중은 2025년 63%까지 상승, 2026년 1~3월 누계는 68.6%로 더 확대
2026년 전국 입주 예정 물량 17.7만 가구 — 전년 대비 26% 감소
수도권 입주 물량도 2025년 약 11만 가구에서 2026년 8.7만 가구 수준으로 감소
공급이 줄어드는 이유는 비교적 뚜렷하다.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같은 정책이 투기 수요를 누르는 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그 여파로 매물과 신규 공급까지 함께 묶였다. 그 결과 2026년 전세 상승률 전망은 서울 4.7%, 수도권 3.8%로, 같은 기간 집값 상승률 전망(서울 4.2%, 수도권 2.5%)보다 오히려 높다. 사려는 사람도 막히고, 빌리려는 사람도 밀리는 상황인 셈이다.
이런 흐름을 부추기는 건 금리보다 수급 자체다.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임대차 시장의 주도권이 집주인 쪽으로 넘어갔고, 원하는 조건에 세입자를 구할 수 있으니 전세 대신 월세를 요구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보유세 부담이 커진 것도 한몫한다. 전세금을 올려봐야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크지 않으니, 매달 현금이 들어오는 월세가 더 실익이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주택을 장기 임대수익 자산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월세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실제로 2026년 3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9.4%로, 지난해 평균(42.6%)보다 6.8%포인트 올랐다.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이 늘어난다는 뜻이고, 그만큼 저축 여력은 줄어든다. 이 흐름은 임대인 개개인의 선호 변화라기보다, 공급이 막힌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굳어지는 구조에 가깝다고 본다.
4. 청년이 마주하는 선택지
정리하면 이렇다. 일자리는 수도권에 몰려 있어 이동은 불가피하고, 매매는 소득만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가 됐으며, 전세는 씨가 마르면서 월세로 밀려나고 있다. 한 단계씩 선택지가 좁아지는 구조다.
지금 상경 청년들이 택하는 현실적인 경로는 보증금이 적은 월세나 원룸, 셰어하우스처럼 초기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 혹은 회사 통근 범위 안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인천 외곽으로 눈을 돌리는 방식이다. 둘 다 완전한 해법은 아니다. 월세는 매달 고정 지출을 늘려 자산을 모으는 속도를 늦추고, 외곽 이주는 출퇴근 시간과 맞바꾸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개인의 노력이나 선택만으로 풀리는 성격은 아니라고 본다. 일자리가 한곳에 몰려 있는데 그 주변에 살 곳은 계속 줄어드는, 구조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내린 청년은 오늘도 부동산 앱을 켜고 매물을 뒤적이겠지만, 문제의 뿌리는 그 앱 안에 있지 않다...
